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S/4HANA Cloud 도입 프로젝트 시작, 잘 잡아야 할 3가지

ERP 클라우드 전환의 시작 단계에서 무엇을 먼저 잡아야 하는가. 1편에서는 코어보다 주변이 먼저 흔들린다는 메시지를 풀었다. 그 흔들림에 대비해 시작 단계에서 결정해두어야 하는 게 무엇인가가 다음 질문이다. 흔한 답은 "WBS를 잘 짜자"다. 그러나 WBS는 세 가지 결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룹 통합 ERP를 S/4HANA Cloud 도입 프로젝트로 옮기는 사례의 시작 단계에서, 잘 잡아야 했던 세 가지를 정리한다.

조직 — 누가 결정하는가

WBS보다 먼저 정해져야 할 것은 의사결정 라인이다.

조직도와 비상연락망은 보통 한 묶음의 행정 산출물로 다뤄진다. 그러나 그룹 통합 ERP 프로젝트에서 이 둘의 무게는 단순한 행정의 무게가 아니다. 본사 IT, 복수 계열사, SI 컨설팅사, SAP 본사 최소 네 개 주체가 동시에 결정에 관여하고, 결정 단위마다 서로 다른 권한 구조를 갖는다. 표준 회귀 vs 변형 결정은 본사 IT의 합의가 필요하고, 모듈 단위 To-Be 설계는 계열사 현업의 동의가 필요하고, PCE 환경 설정은 SAP의 가이드를 받아야 한다.

이 프로젝트의 조직도와 비상연락망이 같은 단계에 묶여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비상연락망은 escalation path의 명문화다. 누가 어디까지 결정하고, 어디서 막히면 누구로 올라가는가 이 라인이 시작 단계에 합의되지 않으면, 개발 단계에서 결정을 받지 못한 이슈가 누적된다. 조직도는 박스를 그리는 일이지만, 의사결정 라인은 화살표를 그리는 일이다. 이 화살표가 그려져 있으면 개발 단계의 모호한 이슈도 며칠 안에 결판이 난다. 그려져 있지 않으면 같은 이슈가 회의실에 일주일씩 잡혀 있다. 이 프로젝트의 초반에도 수 많은 Legacy System 담당자를 확정하고, 포함 시키는데 3주일을 소비했다. 결정권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WBS — 일정과 산출물의 짝짓기

WBS는 일정표가 아니라 산출물의 지도다.

흔한 WBS는 마일스톤과 일정만 그려놓고 끝난다. 그 결과 후반부 통합 테스트 단계에서 "이 산출물은 누가 책임지나?"라는 분쟁이 발생한다. 진짜 WBS는 각 마일스톤에 어떤 산출물이, 어떤 모듈에서, 누구에 의해 나오는지가 1:1로 매핑돼 있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의 산출물 정의 단계에서는 모듈별 산출물(CO, SD, MM)이 별도 Template으로 분리돼 있다. WBS의 마일스톤이 모듈별로 쪼개져서 각 모듈 PM이 자기 마일스톤에 책임을 지는 구조가 잡힌다. 그룹 통합 ERP처럼 모듈 수가 많고 계열사 수가 많은 경우, 이 매핑이 없으면 일정만 정리한 WBS는 사실상 벽지에 가까워진다 보기엔 좋지만 일을 만들지 못한다. 우리가 만든 것 역시 그랬다. SAP WBS 설계의 핵심은 마일스톤 × 산출물 × 책임자의 3차원 매핑이다. 이 매핑이 처음에 잡히면 WBS는 PM의 주간 운영 도구가 된다. 매주 어떤 산출물이 나와야 하고 어떤 모듈이 지연되는지가 한 화면에 보인다. 매핑이 빠지면 WBS는 시작에 한 번 보고하고 끝나는 첨부 문서에 가까워진다.

Template은 가설로 시작해 진화한다

v0.4와 v1.0 사이에 시작 단계의 진짜 작업이 있다.

산출물 Template을 처음 만들 때 완벽한 표준을 추구하는 것은 함정이다. 본 프로젝트의 산출물 Template 폴더에는 같은 산출물이 v0.4와 v1.0의 두 버전으로 남아 있다. 시작 단계에서 합의했던 Template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보정됐다는 뜻이다. 보정의 원인은 보통 두 가지다 모듈별 실제 작업이 Template의 가정과 다르거나, 산출물끼리의 의존성이 처음 그렸던 것보다 복잡하거나.

이 사실을 시작 단계에 인정하면 일이 단순해진다. Template은 가설이고 진행하면서 갱신된다는 전제로 합의하면, 80% 정확도로 빠르게 합의하고 나머지 20%는 v1.0 갱신 사이클에서 보정하는 운영이 가능하다. 반대로 시작 단계에 100% 완성을 요구하면 시간만 늘어나고,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처음 짠 Template은 어차피 다시 손대야 한다. v0.4와 v1.0 사이의 변화 흔적은 실패의 자국이 아니라 시작 단계 합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한 줄로

시작 단계의 일은 고정값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정 가능한 합의를 만드는 것이다. S/4HANA Cloud 도입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에서, 조직도와 WBS를 그리기 전에 의사결정 라인Template 갱신 주기를 먼저 정하라. 이 두 가지가 빠지면 나머지는 표면만 그럴듯한 행정 산출물이 된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SAP Joule과 Generative AI in SAP / 2026 AI 카테고리의 진입

15편에서 2026 한국 SAP 시장의 풍경 과 다음 12개월의 결정점 세 가지 를 정리했고, 그 셋째가 AI 기능 확산 이었다. 20편은 그 셋째 결정점을 단독으로 들여다본다 SAP Joule이라는 어시스턴트 제품과, 그 너머의 Generative AI in SAP 카테고리. 이 글은 작가가 직접 운영해본 영역이 아닌 시장 자료와 SAP 공식 발표 기반의 트렌드 정리 다. 실제 적용 케이스가 누적되면 보강 글을 따로 낸다. SAP Joule 어시스턴트 카테고리의 등장 SAP Joule은 SAP 제품군 전반에 대화형 인터페이스 를 얹는 어시스턴트다. S/4HANA Cloud, SuccessFactors, BTP, Ariba 등 SAP 주요 제품에 공통 채팅 UI 가 들어가는 그림이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하면 Joule이 해당 제품의 트랜잭션이나 데이터를 가져다 답하는 흐름이다. SAP Sapphire 2023~2025의 발표에서 Joule은 전 제품 통합 어시스턴트 로 자리매김했다. Joule의 의미는 어시스턴트 자체 보다 카테고리의 등장 에 있다. SAP는 기존에 트랜잭션 코드(T-code) + Fiori 의 두 인터페이스 층을 가졌다. Joule은 그 위에 제3의 층 을 얹는다. 어떤 업무가 이 제3의 층 으로 넘어갈지, 어떤 업무는 여전히 Fiori·T-code에서 처리될지의 분류 결정 이 새로 추가된다. 시리즈 4편의 Clean Core 위계와 같은 결정 구조가 AI 카테고리에도 작동하게 된다. Generative AI in SAP Joule을 넘어선 카테고리 Joule은 어시스턴트 한 축이고, Generative AI in SAP는 그보다 넓은 카테고리다. BTP의 AI Core·AI Launchpad·Document Information Extraction 같은 기능형 AI 서비스 가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어시스턴트 외에 문서 자동 처리, 마스터 데이터 자동 정제, 코드 생성 보조 같은 영역이 같은 우산 아래 묶이는 그...

BTP CAP 첫 개발 사이클 PCE 관성을 깨는 결정 3가지

13편에서 Integration Suite는 도구가 아니라 재설계 결정 3가지 라고 짚었다. 같은 본질이 BTP CAP 첫 개발 사이클에서 다른 모습으로 작동한다. 14편은 그룹사가 PCE 안에서 익숙하게 일하다가 BTP 위에서 CAP 첫 사이클을 시작할 때 마주하는 3가지 함정 을 정리한다. 이 글도 13편처럼 자료 누적형 예상 패턴 글이다. 작가 일반 지식과 시리즈 4·12·13편 자료를 기반으로 했고, 실제 CAP 사이클이 진행되면 보완 글을 따로 낸다. 언어 선택의 함정 PCE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CAP의 언어는 Node.js와 Java 둘이지만, 진짜 결정 은 언어가 아니라 관성이다. CAP(Cloud Application Programming Model)은 BTP 위에서 작동하는 SAP의 표준 개발 프레임워크다. Node.js 와 Java 양쪽을 지원하고, 같은 CDS(Core Data Services) 모델 위에서 두 언어가 동등하게 동작한다. 그룹사 첫 사이클에서 이 둘 중 하나를 고를 때, 흔한 함정은 기존 ABAP 개발자가 익숙해 보이는 쪽 을 고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Java가 문법적으로 더 친숙 해 보여서 그쪽으로 기울고, 그 결정이 팀 역량 분석 없이 굳어진다. 이 결정의 진짜 비용은 코드 라인이 아니라 런타임의 무게 에서 나온다. BTP의 Cloud Native 환경에서 Node.js는 경량 스타트업과 작은 메모리 footprint 를 만들고, Java는 엔터프라이즈 패턴과 큰 컴퓨트 사용량 을 만든다. 12편의 누적 비용 모델이 여기서 작동한다. 작은 CAP 앱을 Java로 짜면 컴퓨트 사용량 이 비례 이상으로 늘어난다. 언어 선택은 팀 역량과 Cloud Native 적합도 의 균형으로 결정해야 한다. ABAP 관성이 Java 관성으로 바뀌고, Java 관성이 학습 미완료 상태의 운영 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가장 흔한 첫 사이클 실패다. 데이터 모델 함정 CDS의 자체성을 살리는 결정 PCE의 데이터 모델을 그...

2026 SAP 도입 동향 GROW·RISE·BTP의 한국 풍경

14편에서 PCE의 관성 이 BTP의 본질을 가린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 관성도 시장의 풍경 이 바뀌면서 함께 움직인다. 15편은 시즌 1·2의 마지막 글이다. 한 그룹사 PCE 전환 사례에서 출발한 14편의 이야기를 2026 한국 SAP 시장의 풍경 속에 위치시키고, 다음 12개월의 결정점을 정리한다. 2026 한국 SAP 시장의 풍경 GROW · RISE · BTP 2026의 한국 SAP 시장은 세 가지 패키지 가 재편하고 있다. 첫째, GROW with SAP . 중견기업과 신규 도입 대상에 맞춰진 Public Cloud 기반 패키지다. 표준 프로세스를 받아들이는 대신 도입 속도와 비용 예측 가능성이 높다. 한국 시장에서는 그룹사가 아닌 단일 법인 중견기업 의 진입로로 자리 잡는 추세다. 둘째, RISE with SAP . 그룹사와 대기업의 마이그레이션 묶음 이다. S/4HANA Cloud(주로 PCE)와 BTP credit 이 함께 묶이는 구조라, 시즌 2의 11~12편이 다룬 라이센스 함정 과 CBO 전환 비용 의 시장 배경이 정확히 여기다. 셋째, BTP 단독 도입 . 기존 SAP 시스템 위에 BTP만 얹어 확장 측면 만 가져가는 모델이다. 그룹사 디지털 전환의 두 번째 단계 에서 흔히 선택된다. 한국 그룹사가 2026에 가장 많이 가는 길은 RISE 묶음 이다. 그 묶음 안에 PCE와 BTP가 어떻게 엮이는가 이게 시즌 2의 시그니처 메시지가 출발한 자리다. 2026의 의사결정자는 세 패키지 중 하나 가 아니라 세 패키지를 어떻게 조합하는가 를 결정한다. 단일 패키지를 고르는 시대는 지났고, 조합과 시점이 결정의 본체가 됐다. 이 풍경 속에서 시리즈 1~14편이 닿는 곳 시리즈 1~14편이 다룬 모든 결정이 2026 풍경의 디테일 이다. 시즌 1의 1~9편은 PCE 구축의 풀 라이프사이클 을 다뤘다 . RISE 묶음을 받은 그룹사가 마주하는 9개월의 실제 작업 이다. 1편의 코어보다 주변이 먼저 흔들린다 에서 시작해, 3편의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