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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맞는 경조사비

 경조사비, 예산으로 관리하는 법 — 자주 묻는 질문 4가지

월급을 쪼개 쓰기 시작하면 의외의 복병이 하나 있다. 경조사비다. 청첩장과 부고는 내 예산 사정을 봐 가며 오지 않는다. 통장 쪼개기를 시작한 첫 달, 나는 대학 동기의 청첩장을 받고 비상금 통장에서 10만원을 꺼냈다. 생활비 통장에는 이미 남은 돈이 없었고, 축의금을 안 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경조사비는 예산표의 어느 칸에도 얌전히 들어가 주지 않았다. 어떤 달은 한 푼도 안 나가고, 어떤 달은 결혼식과 장례가 겹쳐 십몇만원이 한 번에 나간다. 이 글은 그 불규칙한 지출을 예산 안으로 끌고 들어오면서 내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 네 개를 정리한 것이다.

Q1. 경조사비, 비상금에서 꺼내 쓰면 안 되나

처음에는 그렇게 했다. 경조사가 생길 때마다 비상금 통장에서 꺼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비상금 잔액이 늘지를 않았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다. 경조사는 갑작스러운 병원비나 수리비처럼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점만 모를 뿐, 1년 단위로 보면 거의 확정된 지출이다. 직장 생활을 몇 년 하다 보면 결혼식은 매년 온다.

확정된 지출을 비상금으로 계속 막으면 정작 비상금은 목표액에 도달하지 못한다. 나는 생활비 3개월치를 비상금 1차 목표로 잡아 두었는데, 경조사비가 그 속도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래서 경조사비를 비상금과 분리해 따로 모으는 쪽으로 바꿨다. 비상금은 예측하지 못한 일에만 쓰고, 예측할 수 있는 일에는 이름이 붙은 돈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Q2. 한 달에 얼마를 떼어 두면 되나

남의 평균보다 내 기록이 정확하다. 연말에 카드 명세서와 계좌 이체 내역, 메신저에 쌓인 모바일 청첩장을 뒤져 1년치 경조사 지출을 세어 봤다. 결혼식 네 번, 장례 세 번, 돌잔치 한 번. 합계 약 60만원이었다. 12로 나누면 월 5만원이다.

그래서 지금은 월급날에 생활비 몫에서 5만원을 미리 떼어 비상금이 들어 있는 파킹통장으로 보내고, 이체 메모에 '경조사'라고 적어 구분한다. 통장을 하나 더 만들 필요까지는 없었다. 잔액은 섞여 있어도 기록이 나뉘어 있으면 충분했다.

세어 볼 때 한 가지 요령이 있다. 봉투에 넣은 돈만 세지 말고 부대비용까지 함께 보는 것이다. 지방 결혼식에 다녀온 교통비, 장례식장 왕복 택시비 같은 돈도 결국 경조사 때문에 나간 지출이다. 나는 이런 부대비용이 1년에 몇만원 수준이어서 적립액에 반올림으로 반영했다.

지난 1년 기록이 없다면 일단 월 3만~5만원 사이에서 시작하고, 1년 뒤 실제 지출을 세어 조정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금액의 정확도가 아니라, 예산표에 경조사비라는 이름이 붙은 칸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칸이 없으면 이 돈은 매번 다른 칸을 부수고 나간다.

작년 나의 월별 경조사 지출, 만원 단위 (직접 제작)

Q3. 축의금 액수는 어떻게 정하나

검색하면 관계별 권장 금액표가 잔뜩 나오지만, 매번 표를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내 경우 원칙 두 개로 끝냈다.

첫째, 관계의 거리에 따른 내 기준을 한 번만 정해 두고 그대로 따른다. 그때그때 정하면 금액은 기분과 체면을 따라 커지기만 한다. 둘째, 그 기준은 내 예산 안에서 정한다. 축의금은 마음의 표현이지 소득 증명이 아니다.

기준을 정할 때는 단위를 먼저 정하는 편이 쉽다. 나는 봉투 금액이 몇 가지 단위 안에서만 움직이게 정해 두었다. 가까운 정도가 애매한 사이일수록 고민이 길어지는데, 단위가 정해져 있으면 그 고민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로 줄어든다.

참석이 어려우면 봉투만 보내는 선택지도 있다. 참석 여부와 금액을 분리해서 생각하면 부담이 한결 줄어든다. 무리한 금액은 내 예산에도, 길게 보면 관계에도 부담이 된다.

Q4. 결혼식이 몰리는 달은 어떻게 버티나

기록해 보니 경조사는 열두 달에 고르게 오지 않았다. 내 경우 5월과 6월, 그리고 10월 전후에 몰렸다. 몰리는 달은 이렇게 넘긴다. 먼저 적립해 둔 경조사 몫으로 막고, 그래도 부족하면 다음 달 몫을 당겨 쓴 뒤 이체 메모에 남긴다.

실제로 적립을 시작한 첫해 6월에 한 번 잔액이 바닥났고, 7월 몫을 당겨 쓴 적이 있다. 그래도 비상금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당겨 쓴 기록이 남아 있으니 다음 달 예산이 스스로 조정됐다. 지금은 봄가을이 오기 전 달에 여유분을 조금 얹어 둔다. 겨울철 공과금 때문에 고정비 통장에 미리 여유분을 얹어 두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미리 아는 방법도 있다. 청첩장은 보통 결혼식 한두 달 전에 온다. 받는 순간 달력에 날짜와 예상 금액을 함께 적어 두면, 다음 달 예산을 짤 때 이미 반영된 상태가 된다. 부고만은 예고 없이 오지만, 그래서 경조사 몫에는 늘 한 번 치를 만큼의 여유를 남겨 두려고 한다.

매월 일정액 적립과 실제 지출의 누적 비교 (직접 제작)

오늘 할 수 있는 것 세 가지

첫째, 지난 1년 경조사 지출을 세어 본다. 카드 명세서, 계좌 이체 내역, 메신저의 모바일 청첩장을 뒤지면 대부분 나온다. 둘째, 합계를 12로 나눠 월 적립액을 정하고 월급날 자동이체를 걸어 둔다. 셋째, 관계별 내 기준 금액을 한 번만 정해 적어 둔다.

적립액이 남는 해도 있을 것이다. 남은 돈은 다음 해로 이월하면 된다. 직장 생활이 길어질수록 경조사는 잦아지면 잦아졌지 줄지는 않아서, 이월해 둔 돈이 아깝게 될 일은 거의 없었다.

이 세 가지를 해 두면 경조사비는 더 이상 예산을 깨는 변수가 아니라, 매달 조용히 나가는 고정비 하나가 된다. 청첩장이 와도 예산표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특정 금융상품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다. 내용은 2026년 8월 기준이고, 구체적인 금액과 판단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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